애플 매장의 진화, 스토어(Store)에서 스퀘어(Square)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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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매장은 더 이상 참신한 워딩이 아니다. 쇼룸처럼 꾸민 공간에서 제품 체험을 통해 고객의 호기심을 일시적으로 자극할 수 있으나 브랜드 로열티를 제고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비고객도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 구현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매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애플을 살펴보면, 비고객도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지역 광장, 타운스퀘어로 변모하고 있다. 애플의 매장 진화가 달라진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있는지,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있어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본다.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에서 ‘고객 경험’이라는 키워드는 더 이상 참신하지 않은 시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체험형 매장을 지향하는 지금, 애플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6년 전 애플은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 CEO였던 안젤라 아렌츠를 유통 총괄로 영입했다. 이후 2017년 아렌츠는 ‘매장(Store)’이 아닌 ‘광장(Square)’이라는 새로운 컨셉이 적용된 오프라인 공간 ‘타운스퀘어’를 공개했다. 기존 애플스토어가 판매를 위한 제품 진열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즐거운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다른 기업 오프라인 매장(Store)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면, 타운스퀘어는 더 나아가 ‘고객뿐 아니라 비고객 즉 지역 주민, 관광객들까지 모여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면서 오래 머무는 오픈된 장소’, ‘지역 광장(Square)’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애플은 기존 애플스토어보다 평균 2배 이상으로 매장을 대형화하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단독형 건물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과거에 없었던 다양한 강습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고객과 비고객의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이 오랫동안 머무는 도심 속 광장을 구현한 애플은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의 개념을 다시 쓰는 중이다. 타운스퀘어를 런칭한지 3년이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과연 애플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애플은 공간과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있어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타겟: 고객뿐 아니라 비고객 확보를 위한 오프라인 매장의 진화
애플이 타운스퀘어 컨셉을 대대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드웨어 제품 혁신이 약해지면서 애플은 제품 경쟁력 만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앱스토어, 애플 케어 등)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하드웨어 제품 매출은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애플에게 기존 고객을 넘어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애플은 매출이 가장 크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팬덤을 굳건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비고객 유인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은 신규 고객을 확보할 여지가 남아 있다. 스마트폰 시장 내 아이폰의 점유율을 보면 유럽은 14.1%, 중국은 7.4%의 낮은 수준이며, 전체 애플스토어 중 약 53%의 매장이 미국에 위치하여 애플스토어의 글로벌 영향력이 제한적이다(전체 510개 매장 중 미국 272개). 비고객 중에서도 타운스퀘어는 특히 MZ세대를 공략하는 공간으로 기획되고 있다. MZ세대는 ‘온라이프 세대’ 로도 불리는 만큼 인터넷에서 제품 정보를 누구보다도 잘 찾아내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여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또한 그들은 자기계발에 열정적인 ‘업글인간’이다. 작지만 밀도있는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애플은 MZ세대들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전문성을 키우고 관계를 유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공간 구성: 고객·비고객 모두 자유롭게 오가는 도심 공간의 일환으로 변모
기존 애플스토어는 차가운 스틸 소재로 정교한 외관을 구현한 현대적인 건축물이었다. 지역과 무관하게 일관된 디자인 컨셉을 적용했다. 반면 타운스퀘어는 애플스토어와 다르게 지역마다 다른 컨셉을 추구한다. 지역주민 대부분이 애플에게는 비고객인 현 상황에서 비고객들도 머뭇거림 없이, 즉 구매에 대한 부담 없이 애플을 생각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공간 전체 분위기를 지역 색깔에 맞게 디자인하여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일례로 타운스퀘어 교토는 건물외관 마감재로 종이 소재를 사용해 일본에서도 유독 전통적인 색채가 강한 교토의 지역 특색을 표현했다. 기존 애플스토어 특유의 평평한 벽면에서도 과감히 탈피했다. 타운스퀘어가 현지 특색을 반영한 것은 ‘도시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현지 환경에 스며들어, 지역 주민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새롭게 건설한 타운스퀘어는 대부분 광장, 산책로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위치에 자리 잡았다. 시카고에 위치한 첫 번째 타운스퀘어 ‘시카고 미시간 애비뉴’는 단절되어 있던 파이오니어 코트 광장과 시카고 강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애플의 총괄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는 ‘매장 내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유리 외관과 시카고 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만든 것은 도시의 연결성을 부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곳은 개장 당시 한 해에 약 5,0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는데 지금도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싱가포르의 타운스퀘어 ‘애플 오차드 로드’도 마찬가지이다. 매장 내부에 있는 녹지를 매장 밖에 있는 오차드 도로로 확장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어 매장이 마치 도심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한 것이다. 매장 외부에서도 와이파이가 연결되고 내부와 같은 음향을 들을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오프라인 매장에 타운스퀘어 컨셉(지역 광장)을 적용하는방식은 크게 2가지이다. 타운스퀘어 컨셉을도입한 새 매장을 짓는방식과 기존 애플스토어를 리모델링 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매장은지역마다 다른 건축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2017년 1개, 2018년 9개에 이어 지난해 총 14개 매장을 런칭했다. 애플스토어를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은 새 매장을 짓기 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 2개의 소형 애플스토어를 통합하거나 다른 위치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오래 운영한 매장은 추가로 낙후된 바닥과 벽면 등을 새로운 건축재로 대체하여 매장 인테리어를 리뉴얼하기도 한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한 소수 매장은 현지 특성에 맞게 재건축됐다. 유통 총괄 아렌츠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보다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중심으로 진화한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하면서 ‘향후 애플은 빅 스토어만을 운영할 것이다’라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동시에 애플의 온라인 채널은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가격을 제공하고, 감성적인 광고와 인플루언서를 통한 SNS 리뷰 등을 활용하여 매장 방문을 유도한다.
액티비티: 예술적 영감을 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고객 경험 극대화
기존 애플스토어는 차가운 스틸 소재로 기존 애플스토어와 타운스퀘어의 가장 큰 차이는 프로그램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이다. 전 세계 타운스퀘어에서 포토, 뮤직, 동영상, 코딩, 디자인 5가지 주제로 60개 넘는 무료 강습을 매일 제공한다. 카메라 렌즈에 종이조각을 얹어 색다른 느낌을 주도록 사진을 촬영하는 법, 다양한 비트를 조합하여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법 등 타운스퀘어에서 진행되는 강습들은 고객의 예술적 감각을 자극한다. 현장에서 고객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노하우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 것은 ‘크리에이티브 프로(Creative Pro)’라는 이름의 전문가가 타운스퀘어에 상주하고 있는 덕분이다. 제품 문의와 A/S를 도와주는 애플스토어의 매장 직원 지니어스(Genius)와 달리 크리에이티브 프로는 포토그래퍼, 그래픽 디자이너 등 최소한 한 가지 예술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맡는다. 이들은 고객이 작품을 만들도록 도와주면서 고객의 잠재적 창의력을 깨워준다. 특히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여 고객에게 제품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일반 체험형 매장과 다르게 애플은 디바이스를 넘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 애플스토어는 지니어스를 통해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자사 하드웨어 제품의 강점을 전달하는데 집중했다면, 타운스퀘어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의 도움으로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직접 체험토록 하여 체험의 수준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쉽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Swift Playground)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타운스퀘어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을 실시하고있는데, 이를 통해 애플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비고객들도 소프트웨어 자체를 배우고 친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타운스퀘어에서 애플은 강습 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탑재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모두 무료로 빌려주고 고객, 비고객 누구나 작품을 만드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iOS 시스템에 친숙해지며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 프로그램의 전문화와 사회화로 지역 커뮤니티 확산
애플은 2019년까지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약 40%에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향후 전 매장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커뮤니티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모만이 아니라, 최근에 애플은 보다 전문적이고 사회적 이슈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특히 소통과 공유에 거부감이 없는 MZ세대에게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 초반에 애플은 주제별로 강습을 제공했는데 2018년 말부터는 같은 주제 내에서도 입문부터 전문가 영역까지 단계별 강습 체계를 도입했다.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포토 워크(Photo Walks, 야외 사진 촬영 강습)는 시작한지 약 1년 만에 인스타그램에 약 100만 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고객은 관심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계속해서 다음 단계의 강습을 신청하기 때문에 타운스퀘어 방문 횟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셀럽이 직접 기술을 알려주는 강습이 늘어남에 따라 고객들의 호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애플을 포함해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의 오프라인 매장들을 디자인한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의 디자인 총괄이 그래픽 디자인을 직접 시연하는 강습이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은 디자인 총괄의 시범에 따라 애플의 그래픽 편집 앱(Procreate App)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일러스트 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올해부터 애플은 사회적 이슈도 다루기 시작했다. ‘국제 여성의 날’ 캠페인은 오프라인 매장 타운스퀘어에서 진행하는 강연 외에 앱 스토어, 애플 TV 등 온라인 채널에서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 셀럽들의 영상을 선보여 M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비고객도 머물고 싶어 하는 오프라인 매장 구현
애플은 ‘지역 광장’ 컨셉의 타운스퀘어를 도입하면서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 목적(왜 오는지)과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와서 무엇을 하는지)을 바꾸고 있다. 고객·비고객이 자유롭게 오가는 공간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고 기술을 배우면서 타인과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목적, 공간 구성과 고객 경험 3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오프라인 매장은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비고객도 유인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 목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측면의 제품 혁신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판매 목적의 오프라인 매장은 점차 매력을 잃어갈 것이다. 제품 구매 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을 넘어서 비고객도 부담 없이 매장에 들어와 편하게 체험하면서 제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온라인에서 고객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간결한 광고와 긍정적 리뷰 확산 등을 통해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일관성있는 온·오프라인 마케팅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공간은 판매나 일회성으로 제품 사용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 비고객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편하게 머물면서 스스로 정보도 탐색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효용성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부분의 오프라인은 여전히 판매를 목적으로 제품 진열 및 간단한 사용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매장을 활용하고 있다. 제품과 광고물로 채워진 비좁은 공간과 매장 숫자 중심의 경쟁으로는 MZ세대를 포함해 정보를 탐색하고 다양한 측면을 확인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비고객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지역 주민,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이 구매 부담 없이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머물면서 평소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고 새로운 기능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관심을 키워갈 수 있는 대형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자연스럽게 자사 고객이 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적극적인 액티비티를 통해 고객 경험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진열대에 늘어놓고 매장 직원이 옆에서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제품 설명에 불과한 최소한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과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들은 하드웨어 사용법뿐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해당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성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일정한 시간 투자가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거친 사람들만이 해당 제품과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애플이 매우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및 비고객들이 애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스스로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제대로 느끼도록 만든 것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의 총체적 가치를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세계적 확산은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그에 따라 자사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을 더욱 확실히 부각시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혁신해야 할 때이다.
출처: LG경제연구원